기사제목 황홀한 거미여인의 키스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황홀한 거미여인의 키스

기사입력. 2018.02.07 00:11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9.jpg▲ 사진=악어컴퍼니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거미여인의 키스'가 혜화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수 차례 공연됐으며 지난 2015년에 이어 문삼화 연출가가 올해도 특유의 감각으로 번역과 연출을 동시에 진두지휘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남자 몰리나와 냉철한 반정부주의 남성 발렌틴이 한 감옥에 갇히게 된 상황을 그린다. 시간을 때울 만한 변변한 물건 하나 없는 감옥 속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은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보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원작의 저자인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은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자신의 소설 속에 절묘하게 녹이며, 현대문학의 새 지평을 연 문학가로 손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실제 동성애자이자 망명자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작가는 소설 속 몰리나, 발렌틴에게 자신의 경험치를 진솔하게 녹여낼 수 있었다.

강렬한 소재 특성상 원작은 1970년대 당시 아르헨티나에서는 판금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는 독특한 문학성을 알아보고 추앙했으며, 이후 작가는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일견 동성애 작품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연극은 두 남자의 교류를 에로틱하게 클로즈업하기보다 서로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성숙한 시선을 견지한다.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의 대화와 숨결이 오갈 때,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은 사실상 무용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극중 온갖 복잡한 생각으로 사포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발렌틴에게 몰리나는 사포의 결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샌딩기 같은 존재다. 가령 그가 발렌틴의 대변을 직접 닦아주는 장면은 남루한 디테일인 만큼, 삶 자체의 핍진성을 가늠케 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화려한 프린팅의 치마를 입고 거미처럼 한 남자의 마음을 휘감는 몰리나는 극의 대단원에 이르러 성별, 국경, 사상까지 어떤 세상사와도 무관한 미지의 존재로 승격되는 듯하다.

정치사범 발렌틴이 복잡한 생각에 시달리는 현대인간의 은유라면, 몰리나는 이를 백지화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마력의 상징일까.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아찔한 원제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몰리나 역에 이명행, 이이림, 김주헌, 김호영이, 발렌틴 역에 송용진, 박정복, 문태유, 김선호가 캐스팅돼 절제된 연기 호흡을 펼친다. 오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저작권자ⓒ데일리썬 & dailysun.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