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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똑똑한 발화

기사입력. 2018.02.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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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jpg▲ 사진=영화 스틸컷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조건 없이 내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은 어린 시절에 국한된다. 어른의 세계는 하고 싶은 말, 갖고 싶거나 보상 받아야 할 것, 터뜨리고 싶은 감정을 조절하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반드시 해내야 할 말이 있다.

지난 해 휴머니즘 영화 대표주자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는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청룡영화상 감독상 등 유수 상을 휩쓸며 충무로 영화계에 새삼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구청 블랙리스트로 꼽히는 할머니 옥분(나문희)과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얽히면서, 위안부라는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는 휴먼스토리를 담는다.

2007년 국제사회가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최초로 공식 인정한 사건이 있었다. 그 해 6월 26일 위안부 사죄 결의안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찬성 38표, 반대 2표를 공식 채택됐고 7월 30일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영화는 세계사에 반드시 기록돼야 할 일제강점기 위안부 사안을 모티브로 채택했다. 극중 위안부 피해자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 역시 외교위원회에서 자신의 고통을 만천하에 폭로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단원은 옥분이 전세계 카메라 앞에서 이를 발화하는 카타르시스적 플롯으로 구성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결말 장면에 삽입된 마지막 문장이다. '그 후 10년, 일본은 여전히 사죄하지 않았다'. 영화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까지 억울함을 또렷한 목소리로 내뱉고 주변부를 설득하는 전략적 호소를 내세운다.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열린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포옹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문구대로 일본은 여전히 누구에게도 사죄하지 않았다. 기득권 중 누군가는 외교나 국익을 핑계 삼아 위안부를 수면 아래 과거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아이 캔 스피크'의 뚜렷한 메시지 채택과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나는 누구에게 왜,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관한 발화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가령 일본군의 칼에 상처 입은 배를 까발리는 옥분의 제스처야말로 스크린 너머 관객들의 역사의식과 도의를 자극하는 가장 직접적인 그림이 될 수 있다.

묻어둘까 싶지만 들춰내 해결해야 할 삶의 피해와 오욕이 있다. 잊힐지도 모르는 과거사의 한 장은 수면 위로 부상돼야만 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과업을 어떤 영화는 똑똑히 해내고야 말았다.
 
새해 첫 번째 달이 지났다. 2018년은 불의를 삼키기보다 발화의 윤리를 되새기는 한 해가 되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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