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터뷰] 월마트 문화 공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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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마트 문화 공간-1-

기사입력. 2018.01.2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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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4.jpg▲ 사진=강샘
 

버지니아가꽁꽁 얼어붙었다. 평소 영하 6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어 이 지역은 시설들이 영하6도까지만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3년전부터 기상이변으로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파이프가 터져 지하실에 물바다가 위층에서 발생한 동파 사고로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경우가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건물들도 영하 6도 이하로 떨어지니까 난방이 제대로 되지를 않아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켓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밖은 춥지만 매장으로 들어오면 훈훈한 가운데서 즐겁게 쇼핑을 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온 고객들은 생각과 다른 차가운  차가운 냉기에 옷을 여미고 쇼핑을 해야 할 정도다
 
직원들은 추위가 한층 더 힘들다. 그 차가운 기운 속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정신까지 얼어 버리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꽁꽁 나는 일터에서 그래도 몸과 정신을 쉴 수 있는 공간은 휴게실. 거기에 300여명의 직원들은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나름대로의 문화를 즐긴다. 2시간마다 한번씩 주어지는 휴식 그들에게 그 시간은 황금과 같은 시간이다.
 
그 추운 날 그들의 문화가 보고 싶어 북버지니아 페어팩스에 위치한 월마트 휴게실을 찾았다. 10개 정도의 테이블이 모여있는 휴게실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탄력 근무를 하는 월마트에 있어서 이 시기는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 사이에 끼어 있어 고객이 많지를 않아 출근하는 직원들도 줄어든 것이다.

직원들은 몇 명씩 함께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다. 그 스마트폰들은 각박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문화의 숨통을 열어 주는 유일한 도구이다. 그들은 이를 통해서 떠나온 자기 나라의 평생 식지 않을 독특한 문화에 빠져든다. 그런만큼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임에도 스마트폰 만은 꽤 근사한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 스미트 폰이 전화기로서의 기능은 진화의 등 뒤로 물러난 지 오래다. 밖에서 오는 메세지도 달갑지가 않다. 하루 한번 주어wl는 한시간짜리 휴식과 두번 주어지는15분짜리 휴식 시간은 자기만의 문화에 흠뻑 빠지고 싶다.
 
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민족끼리 모여 앉아있었다. 미국인들은 미국인들끼리 중국인들은 중국인들끼리 인도인들은 인도인들끼리, 그렇게 모여 앉아 대화도 나누고 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터키 인들이 자리 잡은 테이블로 가 보았다. 터키인 특유의 잘 갖추어진 얼굴 골격을 가진 여성들이 자기들만의 문화에 젖어 있다. 이름표가 아퀴로 되어 있었다.
 
보고 있는 동영상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녀는 다소 서툰 영어로 설명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한 여자가 갈등을 겪고 있는 영화란다. 영화 속에서 두 남성이 괴로운 표정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나오고 한 여성이 멀리서 지켜보는 화면이 나온다. 배경은 흡사 우리나라의 60년대 중소도시 모습이다. 소박한 가게가 보이고 깔끔은 하지만 시대에 뒤진 듯한 주택들이 등장한다. 그녀는 그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슬픈 듯한.

테이블을 옮겼다. 첫눈에 베트남 남성이라는 것을 느꼈다. 참 정겨운 눈빛을 가졌다. 그는 월남 대중 가요에 빠져 있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무척 화려했고 서구적이었다. 우리가 보는 월남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급격한 서구 물결을 타고 이제 베트남의 문화도 서구화 되고 있었다. 몸짓이나 노래가 그리 낯이 설지가 않다.

내가 한국인임을 눈치챈 그는 월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 그룹을 보여 주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라며. 모두 베트남 어에 베트남 글씨여서 도대체 알아 먹을 수가 없다. 외모만이 한국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그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며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해 뿌듯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제 89세인 이반은 젊을 때 들었던 팝송에 빠져있다.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음향이 좋은 LG 최신폰을 구입해 쉬는 시간마다 유튜브를 튼다. 이런 것 없었으면 어찌살뻔 했는가.

멕시코 국적 알베로도, 네팔 국적 바브람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 국적 코피도 자기네 나라 음악이나 영화 혹은 드라마에 빠져 식사 속도가 꽤나 느리다. 어쩌다 상관으로 부터 무전기로 연락오면 이 때만은 까칠하게 대답한다. “휴식 시간이란 말예요.” 문화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건들지 말라는 반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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