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은 왜 월광을 연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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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은 왜 월광을 연주할까

기사입력. 2018.01.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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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jpg▲ 사진=영화 스틸컷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첫 주부터 91만 관객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예매율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했다. 톱 배우 이병헌의 티켓 파워는 물론, 부담 없는 휴먼스토리가 새해부터 가족·연인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한 모양새다.

영화는 무조건 세상에 덤벼온 전직 복서 형 조하(이병헌), 반면 세상에 담을 쌓아온 자폐 2급이자 서번트 증후군(사회성이 떨어지는 뇌 기능 장애를 가졌으나 특정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을 앓는 배 다른 동생 진태(박정민)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공조'를 탄생시킨 윤제균 사단이 새해 첫 휴먼코미디로 의기투합한 만큼 에피소드나 디테일이 매끄럽게 연출됐다. 사극 스릴러 '역린' 각본가였던 최성현 감독은 무척 다르게 살아온 두 형제의 캐릭터성을 상징하고자 장면 곳곳에 소품이나 장치를 십분 활용한다.

가령 진태는 뒤늦게 군식구가 된 형 조하에게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집에서도 포수 마스크를 쓴 채 조하를 대면한다. 늘 세상과 싸워온 조하는 겉보기엔 강인한 남자다. 하지만 시종일관 진태와의 게임에만 온 힘을 쏟는 조하의 모습은 이 형제가 여전히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미생(未生)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영화의 백미는 서번트 증후군인 진태가 극중 길거리에서 제멋대로 피아노를 가지고 노는 신(Scene)이다. 그가 야외 피아노에서 연주한 곡은 의미심장하게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의 3악장이었다.

음악이 삶이자 전부였던 베토벤은 극심한 청력 악화를 겪었다.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실연의 고통도 겹쳤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그는 당시 자살 시도를 감행했다.

명작은 인간의 극단적 희노애락 속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당시 베토벤은 고혈을 짜듯이 월광 3악장을 작곡해냈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음악이라는 창구로 세상과 대화하는 진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세기의 감수성을 지닌 베토벤과 비견되는 직유인 셈이다.

누가 봐도 완벽하지 않거나 누군들 알 수 없는 내면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견디는 은밀한 고통의 결을 인정하면서, 이들이 작게나마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귀띔한다.
 
영화 후반부의 클리셰와는 별개로, 매끄럽게 직조된 장치 하나가 감동을 안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박정민이라는 실력파 배우의 연기 공력에 더불어, 월광 3악장이라는 세기의 클래식이 스크린을 통해 경이로운 마술을 부렸다. 단연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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