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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의 정념

기사입력. 2018.01.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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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jpg▲ 사진=KBS
 
화제의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누군가에겐 천호진의 드라마로 느껴질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신혜선과 박시후의 기상천외한 인연을 그린 로맨스이지만, 역설적 제목만큼이나 녹록치 않았던 부모 세대 인생을 클로즈업한 황혼 심리극이기 때문이다.

소현경 작가는 심리 묘사에 능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사람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 감각이 물 흐르는 듯한 극본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드라마틱한 갈등을 잦은 횟수로 투척해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면서도 인물들의 섬세한 상처를 핵심 제재로 보존하는 섬세함도 남다르다.

일찍이 소 작가의 필력은 전작 '내 딸 서영이'에서 빛을 발했고, 그래서 '황금빛 내 인생'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전작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계보를 잇는 캐릭터 데자뷰에 가깝다. 천호진은 소 작가의 페르소나로서 우리 시대 50~60년대생 가부장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시의적으로 해석해낸 공이 크다.

1983년 MBC 17기 공채탤런트로 출발한 천호진은 한 눈 팔지 않고 수 십 년을 연기에 매진한 오리지널 배우다. 젊은 시절부터 '가을꽃 겨울나무' '가까운 골짜기' '여자의 시간' 등 휴머니즘 통속극에서 주조연으로 탄탄한 기반을 닦은 만큼, 그의 연기는 생활인 그 자체에 천착해 있다.

현실적인 연기력에 말미암아, 천호진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이웃집에 사는 듯한 애인이자 아들이자 가장으로서 시청자 곁에 형형히 숨 쉴 수 있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아버지라는 관념은 그의 연기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듯하다.
 
아내나 자식들을 향한 미안함뿐만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의 삶을 향한 동시다발적 연민은 천호진이 해석해내는 아버지의 이면이다. 아버지 역시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이타적일 수도, 때론 누구보다 이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해 12월 24일, '황금빛 내 인생' 34회에서 서태수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나머지 희번득한 미소를 지었다. 죽음이 곧 휴식일 만큼 모든 짐을 내려놓고 싶은 그 마음을 어떤 어른인들 모를 수 있을까.
 
지금 천호진이 전국민 앞에서 펼치는 일련의 연기 디테일은, 동일한 사회문화상을 겪어온 한국 남자들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다. 천호진이 대표주자로 나섰지만,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이 뿜어내는 짙은 정념(情念)이 브라운관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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