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근 인스타그램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지난 5일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은 무난하게 끝났다. 시청률 5.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선방했다. '백종원의 푸드트럭(이하 푸드트럭)' 마지막 회 시청률이 5.3%인 것을 고려하면 기존 시청자를 잃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출발이 찝찝하다. 기시감이 먼저 든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나온다. 연예인이 생활고를 말하고 가게를 꼭 운영해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서툴지만, 전의를 불태운다. 이 그림은 '푸드트럭' 첫 회 개인 회생 절차를 밟던 이훈과 닮은꼴이다.
'푸드트럭'에서는 연예인이 나온 그림의 구도가 나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한몫했다. 이훈, 차오루가 차례로 나와 개별 시장의 '푸드트럭' 인지도를 높였다.
'골목식당'에서도 연예인이 나온다. 제작진은 영국 셰프 겸 방송인 고든 램지의 '신장 개업'을 연상케 한 백종원 대표의 관찰 카메라를 끝낸 후 백 대표와 기획 회의를 했다.
백 대표는 골목 내 식당 3곳이 변한다고 죽은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백 대표의 지적에 연예인 식당 개업 아이템으로 답했다. 1999년에 데뷔한 그룹 Y2K의 리더 고재근과 19년 차 개그맨 남창희가 상권 살리기의 히든카드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의 고재근·남창희가 '푸드트럭' 때의 이훈·차오루와 비슷한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연예인이 가게를 차렸으니 사람들이 한 번쯤 방문할 것이고, 백 대표가 조언할 테니 고재근·남창희의 가게가 평균 이상의 서비스와 맛으로 경쟁할 것이다.
문제는 골목식당의 취지가 골목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데 있다. 연예인 가게가 입점해 한두 달 방송 기간 반짝인기를 끄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골목 심폐소생이 아니다.
백 대표가 식당 세 곳을 둘러본 후 제작진에게 식당 몇 곳이 잘된다고 상권이 사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 내용을 제작진이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의문이다.
식당 세 곳이 식당 네 곳으로 늘고 연예인이 투입된다고 골목 상권이 살까. 아직 시청자에게 못 보여준 그림이 '골목식당' 제작진에게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백종원 대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고든 램지 식의 '신장 개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